2022-08-01
THINKFORBL 사보 기술 파트 14호
2022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가다1 - “회사가 강조하는 질문과 합의, 그리고 형평성 가치…독일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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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가다
“회사가 강조하는 질문과 합의, 그리고 형평성 가치…독일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편집자주] 지난 5월 28일(토)부터 6월 3일(금)까지 박지환 대표가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22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참석했다. 박 대표는 이 기간 최신 산업 기술 동향을 살피고, 회사의 사업 기회 확보라는 큰 목표 이외에도, 협력과 책임, 형평성에 대한 인식의 틀을 넓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하노버에서 얻은 관점과 성찰, 그리고 하노버 메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 디지털 트윈과 클라우드, 에너지+친환경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주목할 점들을 2회에 걸쳐 박 대표에게서 들어본다.

바쁘고 귀찮아도, ‘하노버 메쎄’에는 꼭 가야만 했다. 
지난 5월, 오랜만에 대규모 해외 일정이 있었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산업박람회(하노버 메쎄)’는 산업 기술 관련 최대 규모 행사로 기계, 산업 자동화, 신재생 에너지, 자동화 솔루션 및 소프트웨어 등 매년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선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사실상 3년 만에 재개되는 만큼 대단히 많은 관계자가 엄청난 포부와 정보를 갖고 참가할 것이었고, 회사 차원에서 다른 곳을 통해 얻을 수 없는 고급정보와 해외 협력 포인트를 기대할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 같은 작은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국제행사 참여 기회가 너무나 소중하다. 해외의 핵심 관계자와 며칠을 어울리며 부대끼다 보면 정규 루트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정보와 협력 포인트, 사업 추진 키워드 등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신들만의 각종 골프 회동에 집착하듯 매달리는 게 같은 이유에서다. 핵심 관계자가 잡담 중에 별생각 없는 척 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수백 건의 이메일과 면담, 조사로도 파악할 수 없었던 고급정보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하노버 메쎄에서 몇 가지 유의미한 사업상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가시적 성과보다도, 행사 과정에서 접하게 된 몇 가지 관점과 통찰이 더 인상 깊고 중요하게 다가왔다. 
 

대표님은 전생에 독일 사람이었나요? 

올해 6월의 독일에는 스콜성 폭우가 자주 내렸다. 전시 참관 하루 전날 주어진 자유시간에, 쇼핑에 관심이 없는 데다가 덩치 큰 독일 내 동네 지킴이 형들 사이에서 괜히 소심해진 씽크포비엘 대표(47세 남, 태권도 4단증 및 선수이자 사범 경력 보유)는 비를 피해 헤매다가 한 커피숍에서 한국에서 온 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 교장 선생님과 현지 가이드가 담소 나누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그 자리에 끼어들게 됐다.

그렇게 모인 세 명의 아저씨는 우선 요즘 젊은 애들을 뒷담화하는 꼰대 토크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다 보니 꼰대 토크에 조금씩 ‘책임’, ‘이기심’, ‘협력’, ‘공동체’ 등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표정들이 진지해졌고, 대화가 하루 이상 이어지면서 두 명의 선생님이 또 멤버에 더해졌다. 산업과 조직, 교육에 대한 각자 생각이 교환되면서, 이동하는 곳마다 쉼 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하노버 메쎄’ 정규 일정 따위는 뒷전이 되어 있었다.

열 띈 대화 도중 가이드가 문득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은 전생에 독일 사람이었나 봐요.
 

회사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각종 컨설팅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기업과 업무 핵심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1. 회사에서는 질문을 해야 한다.

씽크포비엘의 업무에서는 질문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질문을 위한 질문, 대화 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질문 이야기가 아니다. 올바른 질문이란 중요한 순간에 내가 최선의 판단을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To Know List)을 명확히 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물어볼지(Protocol) 체계적으로 설계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런 질문은 해결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핵심을 도출하면서, 종종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게 된다. 이런 질문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향해 제기되면(자문) ‘성찰’이라고 한다.

정확한 질문은 기능적으로 ‘올바른 판단’, ‘창의적 생각’, ‘긍정적 관계 형성’, ‘리더십 고취’ 라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런 만큼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질문을 하는 능력도 특정한 근육의 기능과 같아서, 업무의 모든 과정에서 늘 정확한 질문을 하게 되려면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한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노력 중에는 5가지 ‘질문의 적’을 피하는 훈련이 포함돼 있다. ‘질문의 적’에는 1) 내가 모르고 있다는 점이 알려진다는 두려움 2)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전문가의 함정’ 3) 제한된 경험으로 인한 편견 4) 나에게 편견이 있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편견이 있다고만 생각하는 오만 5)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질문의 기회를 피하는 소심함 등이 있다.

우리가 종사하는 분야는 전 세계 고급인력이 각자의 창의력을 총동원해 경쟁하는 지식 서비스 영역이다. 따라서 각자 개인 역량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말하자면 혼자 즐기는 전원주택이 아니라 롯데타워를 지어 상하이 ‘푸동’에 있는 마천루와 경쟁하는 일이라서, 다수 인력과 협업이 필수적이다. 단지 다수가 모여 각자 노력하는 것으로도 안 되고, 모두의 지식과 경험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최대한 서로의 역량과 다양성을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각자 역할을 최적화하는)분업으로 시작해서 (각자가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고 소통하는)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전원주택 한 채씩을 짓는 역량 다수를 모아 롯데타워를 완성할 수 있다. 협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상호 대화의 의미구조(Meaning Structure)를 상응(Correspondence)시키는 ‘이해’이고, 이해는 정확한 질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2. 조직에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에서 개인이 이해를 어려워하고 질문을 회피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책임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정확한 질문을 통해 대상을 이해하는 것은 업무를 스스로 주도하는 일이다. 그것은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의 반대 개념이다. 은연중에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의 안온함을 추구하는 일부 구성원을 볼 때면 무척 안타깝다. 우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복지부동하다가 시간 다 채우고 퇴직하면 후한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우리가 일하는 자리는 당장 안락함을 포기해서라도 더 큰 것을 얻고자 노력하는 욕심쟁이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첨단 지식산업 한가운데 있다.

책임을 회피하며 시키는 일만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넘기고 싶어 하는 분에게 씽크포비엘은, 아니 이 업계는 너무나 피곤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 힘에 부치는 일을 하다 보면 까칠하고 방어적인 태도로 행동하게 마련이다. 근력이 충실한 사람은 짐을 드는 일이 힘들지 않아 동료의 짐도 가볍게 들어줄 수 있지만, 근력이 부족하면 당장 자신의 몸도 거느리기 힘든 와중에 하물며 옆 사람 짐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나도 힘든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데 등등 푸념만 늘게 된다. 성향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내 체력 부족이 나와 남을 힘들게 만드는 것일 따름이다.

이 업계에서 체력은 지식과 사고력이다. 그것이 충실하면 주어진 업무 수행을 넘어 업계에서 자기 가치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게 되고, 나아가 동료와 함께하는 이 일의 가치, 씽크포비엘이 말하는 ‘형평성’까지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그것이 부족하면 온갖 핑계와 비굴함으로 동료에게 민폐가 되고 자기 삶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성격이 아니라 체력의 문제다. 그리고 그 ‘업계 체력’은 올바른 질문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금 지닌 체력이 부족하다 해도, 질문과 협업을 이끄는 ‘사회성’이 있다면 누구나 체력을 키워 ‘행복한 업계인’이 될 수 있다.

3. 우리는 형평성을 추구한다.

씽크포비엘의 역사는 ‘형평성 추구’라는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아직도 원하는 목표까지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한시도 그 원칙을 져버린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형평성을 이루기에 충분할 만큼 대외적 성과와 대내적 기반을 갖추는 순간, 씽크포비엘이라는 조직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씽크포비엘에서 형평성은 ‘공평한 기회, 공정한 평가, 합당한 보상’이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원칙이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 절차 공정성(procedural justice), 상호작용 공정성(interactional justice)이다.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 ‘소크라마인’ 방법을 활용하고 전체 합의를 거친다.

씽크포비엘은 업계라는 우리에 갇힌 돼지가 되기를 거부한다. 조금 더 힘센 돼지가 되어 우리 속 제한된 자리를, 뻔한 양의 사료를 조금 더 차지하려고 옆자리 친구를 밀어내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그런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회사를 창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당장 이익을 위해 경쟁자를 제치는 데에만 맹목적인 기업은 우리 속 돼지와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시절에 뜻을 함께했던 이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똑같이 우리 속에 있다고 해도 ‘나는 왜 이렇게 살까, 보다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일까? 이 우리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 것이 씽크포비엘의 목적이다. 그렇게 찾고자 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형평성’이고, 궁극적으로 모두를 위한 ‘Better life’이다. 그래서 Think for Better Life이다. 우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것이 없다면 씽크포비엘이 유지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의 고객은 더 이름난 회사를 택했을 것이고, 구성원은 더 큰 회사에 들어갔을 것이며, 대표인 나조차 더 효율적인 돈벌이를 찾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위해 지금 여기에 있고, 우리를 먹여 살리는 업계 자체도 어쩌면 그것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런 말을 하자 독일 가이드는 씽크포비엘의 이런 원칙과 이상할 정도로 부합하는 독일의 교육 문화와 철학에 관해 이야기해줬다.

1. 독일 교육에서는 합의가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학과 성적을 선생님과 학생이 합의해서 결정한다고 한다. 왜 이 성적을 받아야 하는지를 서로 수긍할 수 있을 때까지 토론하고 조율해서 합의에 이른다. 씽크포비엘의 ‘소크라마인’ 성과 합의 체계와 비슷하다. 이런 합의가 잘 이뤄지려면 상호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에, 초등학교(Grundschule) 때 한 번 정해진 선생님은 졸업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수업 과정에서는 교과서가 없고 노트 필기를 중시하지 않는다. 암기하지 말고 이해하라는 의미다. 교과서가 없다 보니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내용에 차이가 있다. 우리는 ‘그러면 정확하지 않을 텐데’라는 의문이 든다. 씽크포비엘에서도 지난해 신입사원 교육 때 정확성 문제를 제기하며 과정을 포기한 사람들이 있었다. 독일 교육의 특징을 접한 상태였다면 그 부분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뒤늦게 들었다.

독일의 교육은 ‘정확’하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 어차피 ‘정확’하다는 것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식수준에서 최대치일 뿐으로, 시간이 지나면 정확함의 기준도 내용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정확성이 아니라 ‘정확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옆 반 아이와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선생님에 따라 다른 관점과 지식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각자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겪는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합의’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신입사원 교육 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작업캔버스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지금 정확하다고 한들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또 발전할 텐데, 그럼 또 과거의 것은 틀리게 되나요? 그러면 우리는 완벽하게 100점이 되는 시점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요? 하지만 과연 틀리는 과정 없이 한 번에 완벽하게 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제가 설명한 것과 이전 담당자가 설명한 것이 다르면 더 좋지 않나요?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는 검증 기회도 될 수 있으며, 어쩌면 기존과 다른 생각을 접해서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기술 전환이 급격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현재의 교육내용을 100% 정확하게 숙지하는 일에 의미가 없다. 어차피 사회 변화에 따라 오늘의 정확함은 금방 무의미해지고, 내일은 또 다른 내용을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과거 주목받던 수많은 직업, 기술이 사라지고 다시 무수한 직업과 기술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확성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라도 새로운 내용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고, 그러기 위해 타인과 소통하는 ‘합의’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좋든 싫든 평생 새로운 것을 배우고 소통해야만 한다.

2. 독일의 문화는 사회성을 중시한다.

독일에서는 채용 기준으로 사회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계가 사실상 인간의 모든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사회에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치는 결국 새로운 것을 배우는 유연성과 함께, 타인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독일은 선행학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과도한 경쟁이 사회성을 저해한다고 보는 듯하다. 다양한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더 중요시된다.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인간만의 가치를, 글로벌 경쟁의 사회에서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창의력인데, 창의력은 이질적인 대상과 소통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사람과 단지 같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관점과 경험, 지식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성이 바탕이 되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우리 대화에 참여한 독일 가이드는 중학교 때 한국을 떠나 독일로 이주했다. 독일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질문하면, 가이드는 아는 부분은 대답을 잘했는데,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몇 달 후 선생님이 따로 불러 말했다고 한다. “너 나하고 어떤 문제가 있니? 그게 아니라면 왜 내 수업에 협조해주지 않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나는 너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기에 서로 이해했으면 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주렴.”

아는 것에 대해서만 대답하는 행동이 독일에서는 상대와 소통을 거부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야 ‘알고 있던’ 사람이 오히려 틀렸다는 것을 파악할 가능성도 생기고, 왜 그 부분을 모르는지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된다. 그런 대화를 이끄는 것이 함께 생활하는데 매우 근본적인 소양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말하자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아니 더 정확하게는 ‘지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지금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모여서 서로 논의하고 고민하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성’이었다.

3. 사회성은 함께 답을 찾아가는 능력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관련 ‘Safety’ 자격증으로 ‘AFSP’와 ‘CACSP’가 있다. 나와 회사 사람이 몇 년 전에 함께 취득했었는데, ‘AFSP’는 보유자가 전 세계 1500명에 국내는 70명 정도이고, 현대차 직원들도 줄 낙방한다고 하더라.

‘CACSP’는 전 세계 50여 명 정도인데, 국내에서는 나와 천선일 TD가 1호 합격자다. 서술식 영어로 정리한 답안을 제출하면 독일에서 채점하는 시험인데, 영어 작성 자체가 내게는 너무 어려워서 감독관한테 양해를 얻은 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고서야 답안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AFSP’를 수석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 아는 것이 적었음에도 내 생각을 잘 정리해서 적어냈기 때문이었다. 훗날 관계자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해당 시험에서 대다수 사람이 아는 내용만을 적고 모르는 내용에 대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불합격 처리됐다. 왜냐하면 독일 문화에서 ‘모르는 것에 대해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업무상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틀린 것이 될 수 있어서, ‘(자신은 그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을 포함한)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끊임없이 논의함으로써 지금 알고 있는 내용이 정말 맞는 것인지를 검증하는 일이, 업무에서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Safety 분야는 이제 막 기술적으로 걸음마 단계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만이야말로 업무에 가장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 생각에 대해 주변 이들과 논의하면서, 단순히 ‘아는 것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것 이상의 최선을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첨단산업 구성원에게 필수적인 능력이라는 것이 독일인의 생각이었다.
 


꼰대가 싫다면, 피하는 대신 객관적인 근거로 개겨야 한다

독일에서 대화는 커피숍에서 ‘꼰대 토크’로 시작됐었다. 거기에는 우리 꼰대들의 젊은이들에 대한 불만, 그들이 우리를 꼰대라 치부하며 우리와 대화를 거부하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다가 첨단산업 업계인에게 필요한 자질에 대해, 독일 교육의 특징에 대해, 그리고 지식과 소통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로까지 발전했다.

우리가 정말 꼰대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소통을 중시하면서도 오래된 기준에 얽매여 우리보다 아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깎아내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늘 그런 가능성을 명심하고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데도, 꼰대 잔소리일지언정 어쨌든 아래 세대와 대화를 시도하고 소통을 원한다. 아래 세대를 각별하게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그래야만 조직이 움직이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젊은 분들은, ‘쿨’하고 영악한 척할 뿐 사실은 꼰대들 이상으로 마음이 닫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교나 정치 화제처럼 때에 따라 대화를 피하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 주제도 있겠지만, 업무상 반드시 상호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서 소통을 회피하는 경우는 상급자가 꼰대인 것이 아니라 하급자가 무책임한 것일 수도 있다. 업무 영역에서 객관적일 수 있는 사안이라면 소통 회피는 ‘쿨’ 함이 아니라 무능력이다

독일에서의 짧은 체류 기간을 통해 질문과 합의, 그리고 형평성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확신이 더 강해졌다. 괜찮다면 다른 구성원도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각자가 씽크포비엘 안에서 더 나은 삶(Better Life)을 누리고자 한다면, 더 치열하게 질문하고 소통하면서, 형평성에 관해 열린 마음을 가져 주길 권하고 싶다. 회사가 어려운 시절을 버텨온 힘, 그리고 감히 업계의 정점을 자신할 수 있는 근거는 오로지 여기에 있다.
 


글 / 박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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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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