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각에서는 성공적인 AI 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서 무엇보다 신뢰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말 그대로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기 위해서 데이터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런 가운데 소프트웨어 공학 국내기업인 씽크포비엘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AI 신뢰성 검증 분야에서 국내외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는 "AI 질적 개발 및 성장과 산업현장 실효성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신뢰성 검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품질+충분성 충족해야
박지환 디지털기술혁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이 첫 모임을 개최하고 위원회 목표와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AI가 산업현장의 다양한 예외 상황에서도 항상 문제 없이 동작할 수 있도록 진단하는 것이 '신뢰성' 검증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 분야는 논의조차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에 위치한 씽크포비엘 본사에서 만난 박지환 대표는 'AI 신뢰성 검증'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AI도 신뢰성 검증을 거쳐야 산업현장에서 제대로 활용가능다고 했다. "AI는 신입사원과 같아요. AI의 제원(諸元)이 학벌이나 자격증과 같은 서류 스펙이라면, 신뢰성은 사원의 업무 적합성에 해당합니다. 신입사원 입장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맞닥뜨리는 것이 다르듯, AI도 실험실 환경과 실제 투입되는 현장은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외 상황에 AI가 적절하게 대응하게끔 만드는 것이 관건이죠. AI 경쟁력은 그것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신뢰성 있게 동작하는지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스탠퍼드 쇼핑센터에서 경비로봇 k5가 아이를 공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이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이들 AI 기술 적용 경비로봇과 자율주행차량이 실험실에서 학습된 기준에 따라 움직였을 뿐, 실험실보다 훨씬 복잡한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학습과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AI 신뢰성은 바로 그러한 부분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관련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모두가 'AI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식으로 경쟁적인 도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실제로 AI 신뢰성 검증 분야는 개념도 정확히 정립되지 못한 단계이다. 지난해부터 '데이터댐' 사업 일환으로 정부가 진행 중인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서도 '이제부터는 신뢰성 검증 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지금이 특히 중요한 시기로 '전 세계가 헤매는 사이'에 정부 주관 일련의 사업을 기반으로 우리만의 선도적인 기술 혁신을 이룰 절호의 기회"라며 "이를 결정지을 분기점은 데이터 충분성이라는 개념 확립"이라고 했다.
"'AI 신뢰성=데이터 품질'이라는 오해도 문제입니다. 데이터 품질과 관련된 정책이나 규정은 많지만 데이터 품질 확보와 함께 데이터 충분성이 충족돼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데이터 충분성이란 단순히 양적으로 많은 데이터에서 오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의 돌발변수까지 포함한 '내용의 다양성에 대한 수준'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최근 유럽에서 발표한 AI 윤리 규제 또한 이제 막 방향성이 제시됐으며, 국가별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적용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마치 채용 시 '협동심'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건은 도출했지만,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검사할 방법이 없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얼마 전 씽크포비엘에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표준으로 제안한 기법이 채택됐는데, (정부가) 정책 마련 차원에서 참고해 주면 좋겠습니다."
씽크포비엘의 AI 신뢰성 검증은 단순히 양적인 면만 보지 않는다. 이는 '몇 개의 데이터가 투입됐는가'가 아니라 '얼마만큼 다양한 데이터로 평가했는가'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입시에서 말하는 '변별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신뢰성 평가 시험 데이터 설계 과정에서 평가자 경험이나 직관에 의존하지 않도록 객관적·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 반자동화 도구를 사용하는데, 덕분에 객관적이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적 측면에서 효율성도 높다는 장점을 갖췄습니다."
박 대표는 AI 필요성에 대한 산업계 인식 제고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이제는 보다 세심한 기준 마련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얼마 전 산업부 인가 조직인 한국산업지능화협회 산하 디지털기술혁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뽑혔다. 디지털기술혁신위원회는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전통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이론이나 실험실 홍보용이 아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유용한 디지털 기술을 만드는데 일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위원회는 특히 디지털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수렴하는 데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모든 신규 기술이 그렇듯이, 이익과 경쟁을 위해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다 보면 분명히 여러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일선 기업에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공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면 시장 혼란은 필연적입니다. 디지털기술혁신위원회는 이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립하였습니다. 씽크포비엘이 독보적으로 구축한 AI 신뢰성 검증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디지털 안정망' 확보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씽크포비엘 박지환 대표가 자체 개발한 해외 진출 로드맵 'T16N'을 소개하고 있다.
SW기업 해외진출, 'T16N'으로 돕는다
씽크포비엘 본사 입구에는 각종 영어와 숫자가 표기된 그래프와 그림들이 그려진 벽이 있다. 단순한 인테리어인 줄 알았는데, 회사에서 실제 사용 중인 공학적 업무 방법을 도식화한 것이란다. 이는 IT기업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유지하되 협력을 위한 소통 방법을 기술적으로 전달하는 지식체계다.
실제로 직원들은 "한눈에 목적과 내용을 판단할 수 있고,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박지환 대표도 "입사 후 가장 보람된 것이 이 체계를 배운 것이라는 직원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라고 했다.
씽크포비엘이 집대성한 수많은 지식체계 가운데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T16N' 프로세스다.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총망라한 지식체계다. 박 대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이유를 조사하다가, 2년간 현지 시장 조사 및 정보 취합 과정을 거쳐 만들어 낸 매뉴얼"이라고 소개했다.
"공학적 완성도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아무리 잘 만들어봤자 인구 5000만 명 시장에서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얻기는 힘들어요. 결국 답은 해외 시장에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진출이 쉬운 게 아니에요. 단순히 언어 번역이나 화폐, 시간, 날짜 표기 같은 로케일(Locale) 전환이 끝이 아니에요. 해당 국가의 정황, 법규, 인증 등 모든 것을 반영한 현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업에 주어지는 정보란 게 너무 빈약합니다. 그래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해외 진출에 필요한 모든 단계를 총망라한 'T16N(Think formalizatioN)'이라는 현지화 전략 맵을 연구해 세상에 공개했어요. 중동부터 유럽, 동남아까지 각 지역 맞춤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그 중 일부 내용은 공공기관과 연계해 책으로 편찬하기도 했는데 공개되자마자 '어떻게 이렇게까지 만들 수 있었느냐?'는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가장 진입이 어렵다는 중동 현지화가 호평을 받았는데요. 현지 글자체계에 맞춰 좌우 방향이 바뀌는 가이드는 국내에서 우리 외에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곳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씽크포비엘이 지금까지 컨설팅한 기업과 기관은 300개가 넘는다. SW 관련 기관과 기업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다.
박 대표는 "자랑스러운 성과도 있고 부끄러운 실패도 있었다"며 "회사만의 전문성을 믿고 전국 각지 기업을 찾아다니며 사명감으로 수행해 온 젊은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IT전문가를 꿈꾸며 입사한, 패기 넘치는 직원들이 훌륭한 국가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아울러 "우리 또한 중국과 베트남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국내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씽크포비엘은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Pig-T', 'Cow-T', 'Milk-T' 등 AI로 가축을 관리하는 '씽크팜(스마트팜)' 서비스를 일부 개발 또는 개발 진행 중이다. 일부는 국내 지자체와, 그리고 베트남 국가농업기관과 협력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박 대표는 AI 사업이 당분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도 철저히 준비하고, 정부도 미래를 빠르게 예측하면서 관련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립 후부터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최대한 공학적으로 접근해 왔고 이를 통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평한 기회, 공정한 평가, 정당한 보상'이라는 조직 문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지금 결실을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가 구축해온 이러한 기업 운영 프로그램을 많은 분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씽크포비엘은 '지식과 경험은 독점하지 않고 공유할 때,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컨설턴트의 소명을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기술혁신위원회를 통해 성공적인 산업 디지털화에 민간의 입장에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정부도 시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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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pim.com/news/view/20210527000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