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3
THINKFORBL COLUMN SERIES
딥시크가 보여준 혁신,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가?
정보통신신문
 
며칠 전, 설 명절을 앞두고 중국에서 딥시크(DeepSeek) ‘R1’이 출시되면서 전 세계 인공지능 업계가 발칵 뒤집혔고, 불멸의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20%나 하락했다. 기존 인공지능(AI)은 개발 하드웨어 수준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 것으로, 결국 하드웨어에 더 많이 투자한 회사가 성과를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일개 투자회사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말도 안 되는 저사양의 하드웨어로 두 달 만에 만들어낸 오픈소스 모델이 기존 세계 챔피언(?)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성취의 의미와 배경에 대해 이 원고를 쓰는 명절 중에도, 아직 여러 논란이 있지만, AI 업계에 또 다른 혁신, 전환점이 등장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로 보인다.

당연히, ‘그렇다면 우리는?’이라고 묻게 된다. AI 산업의 혁신 여부가 전체 국가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상황에서, 우리는 어쨌든 몇 발짝 뒤처져 있다. 규모의 힘을 뛰어넘는 혁신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필요성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우리에게 더 절박하다.

딥시크 등장의 의미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기술 분야에서는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대단히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기술이 100개라면 그중에 실제 산업에 적용할 만한 것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중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갖춘 딱 한 개를 찾아내기가 무척 힘들다. 딥시크의 폭발력은 단기간의 집중 투자를 통해 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을 실제로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딥시크는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투자하면 AI 분야에서 후발주자가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딥시크를 만들어내려면? 중국의 딥시크나 미국의 스타게이트 사업은 막대한 민간투자로 구성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AI 산업은 미국이나 중국만큼의 민간투자를 이끌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다른 상황이다. 결국 국내의 AI 신기술 개발은 많은 경우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투자에 의존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비영리 기관에 소속된 심사원들로 구성된 심사를 통해 공정성과 국익 추구에 충실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보수성을 띠는 경향은, 과감한 혁신보다는 기존 연구의 틀을 존중하는 쪽으로 가기가 쉽다.

우리는 딥시크의 성취에 환호하고 부러워한다. 그런데 정작 국내의 누군가가 딥시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면? 민간자본은 외면했을 것이고 정부 연구개발은 부적합 판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딥시크의 성공은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까지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기에 혁신인 게다. 바꿔 말해 당장 수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고, 기존 연구 체계로는 검증된 접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지간해서 이런 사업에 투자하는 주체가 없겠지만, 해외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그런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했고, 그것이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모든 신기술은 역량과 열정이 충분한 투자를 만났을 때 만들어진다. 강대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1~2차 세계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거대자본이 굳이 여타 강대국을 배제하고 우리 기술에 투자해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선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우리에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우리가 딥시크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것이 기술 세계대전 하에서 국가 간 생존경쟁의 한 결과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기술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는 생각에서 총력전을 벌이는 중이고, 국내에서는 정부 연구개발 투자사업들이 그 선봉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곧 정부 연구개발 사업의 평가 시즌이 다시 시작된다. 아마 수많은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이 지금 명절 연휴에도 제안서 작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아무쪼록 전향적인 시도를 통해 역할을 다하면 좋겠다. 공정성과 안정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하에서도 꼭 필요한 혁신을 지원하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심사기준을 이원화해 혁신 기술 분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던가, 복수 선정 후 단계적 차등 지원을 한다던가 등,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적 시도다. 이런 것이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대안으로 가능할 것이다. 경쟁력의 혁신 없이는 장기적인 안정도 없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우리의 딥시크가 필요하다. 검증된 사업에만 안주하는 나라라면 먼저 도전한 나라들의 꽁무니만 따라갈 뿐이다.




[출처]​

- 관 기사 :
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072

- 사
진 :
씽크포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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