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넷] “해외에서 사업하는 것은 경찰서 담벼락 위를 걷는 것과 같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위법이고 왼쪽으로 떨어지면 합법이 된다”는 말이 있다. 세계화된 사회에서 해외 활동을 하다 보면 의도와 다르게 다양한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관광이나 여행의 경우 대부분 특정 루트를 따라 비교적 단순한 소비와 체험을 하는 일이라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 그러나 사업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위험에 처하기 쉽다.
심지어 필자의 경우 기업의 해외 진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임에도, 해외 출장 중에 엉뚱한 문제에 휘말려 출국 금지를 당해 며칠을 억류된 일이 있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위법, 왼쪽으로 떨어지면 합법”이라는 말은, 그만큼 각국의 법적 규제가 자국의 문화 기준에 따라 자의적이면서, 극도로 난해하다는 의미다.
신기술에 따르는 법적 리스크 산적
신기술 사업의 경우 법적 위험은 더 커진다.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거기 대응하는 새 법률이 계속해서 제정된다. 그렇다 보니 현재 사업이 어느 정도 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어떠한 법적 리스크가 있는지 전문가들조차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로톡의 법률상담 플랫폼을 둘러싼 분쟁을 보자. 특정 플랫폼 서비스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데 변호사협회, 헌법재판소, 공정위와 법무부까지가 나섰지만 몇 년째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상품에 대해 법적 판단을 내리는데 법 전문가들조차 이견이 분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에서, 동일법과 비슷한 상식을 공유하는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법적 논란이 첨예해져서 사업이 좌초된다. 하물며 국내 개발 기술로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라면?
인공지능(AI) 기술의 경우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AI가 이제 우리의 손발을 대신하는 영역을 넘어, 우리의 두뇌를 대신하게 됐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세무사, 회계사, 법무사, 의사, 약사 등 전문영역에 AI가 활용될 것이다. 이미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같은 이유로 이런 직업들을 ‘앞으로 사라질 직업군’ 상위권에 둔 바 있다. 그것은 이제 AI가 세무사 자격증을, 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이제 기술 검토와 함께 세무사의, 의사의 법적 책임까지를 검토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 관련 법·제도 지뢰 곳곳에
솔루션 개발이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데이터 처리 단계에서 법적 위험은 한층 커진다. 특히 크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가공을 할 경우, 데이터 이관이나 외부 전달 등의 모든 과정에서 관련 법규의 지뢰밭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 인력을 활용할 경우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한 법적 위험을 따져야 한다. 가공해야 하는 데이터의 성격에 따라서는 해당 데이터에 장시간 노출되는 인력들의 정신건강까지도 고려해야 인권 침해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모든 사업에서 미개척지,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대박의 기회이지만, 동시에 나락으로 직결되는 험로이기도 하다. 특히 신기술은 엄청난 편익과 기회를 가져오지만, 신기술인 만큼 기존 산업의 상식과 상충하는 만큼 너무도 다양한 법적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사회의 법 감정이 신기술에 대해서는 특히 가혹하게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은 자신의 모든 사업상 행위가 위법으로 해석될 여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만 한다.
국내 기업 상당수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법적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예상되는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련자들의 커리어와 안전에까지 직결되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업계인들은 기술의 혁신성과 품질뿐 아니라 그 윤리성과 법적 리스크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이야말로 첨단 산업에 속한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며, 우리의 피땀이 미래의 수익으로 연결되도록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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