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9
THINKFORBL COLUMN SERIES
백신을 모두가 기피한 이유, AI도 한 번에 나락으로 갈 수 있다
정보통신신문
 
몇 년 전 COVID19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소동을 기억한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AZ) 사의 백신이 가격과 편의성 등에서 객관적으로 우수했음에도, 국내외 다수의 피접종자는 해당 백신을 격하게 거부하였다. 접종 후 극소수에게 나타났던 희귀 혈전 사례가 백신 문제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실제 피해 사례는 접종 횟수나 접종으로 인한 편익에 비해 극도로 미미했고, 그나마 희귀질환과 백신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자리 잡은 ‘위험한 백신’의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으며, “AZ 맞느니 차라리 기다리겠다”라는 말이 순식간에 퍼졌다. 급기야 잔여 mRNA 백신을 알리는 매크로까지 등장했다.

소문이 과학을 이길 정도로 불안감이 강했던 이유는 첫째, COVID19나 AZ 백신 자체가 당시 사람들에게 아직 낯설었기 때문이고, 둘째, 설사 부작용의 확률이 극도로 미미하다 한들, 만에 하나 나에게 닥쳤을 경우 위험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내가 잘 모르는 존재가 당장 내 생명을 좌우한다면, 잠재된 위험 요소가 아무리 작더라도, 심지어 위험이 진짜 있는지조차 분명치 않더라도, 우리는 두려움에 지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잘 모르는 또 다른 존재가 우리의 생명, 안전, 재산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바로 인공지능(AI) 서비스이다.

사람들이 AZ 백신을 두려워했던 것은 사실상 초기 몇 건의 사례, 그리고 그로 인해 언론으로 노출된 ‘위험한 백신’이라는 일종의 낙인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의료용 AI가 단 한 건의 대형 사고를 치는 순간, 사회 안전망 관련 AI가 딱 한 번 치명적 편향 결과를 내는 순간, 재무 AI가 한 차례 큰 실수를 하는 순간 해당 브랜드, 제작사, 제작 국가의 AI에는 커다란 낙인이 찍힌다. 한 번 찍힌 낙인은 아무리 막대한 비용과 방대한 데이터로 안전성을 입증하더라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소비자는 자신의 불안감을 객관적 지표와 토론시키는 대신, 그냥 등을 돌리는 쪽을 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마다 AI 신뢰성 확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고, 드디어 올해부터 AI 신뢰성 전문 인력 육성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성능은 추후 개선이 가능해도, 한 번 실추된 안전 문제의 이미지를 되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25년 입학생부터 EIT Digital Master School ‘Trustworthy AI’ 트랙을 개설해 2년 복수학위 과정을, 독일 뮌헨공대는 ‘AI in Society’ 석사에서 AI 규제·거버넌스·법 과목을 교육한다. 아시아·태평양도 싱가포르 AI Verify Foundation의 ‘AI Assurance Practitioner’ 과정, 호주 CSIRO의 ‘Responsible AI Network’ 교육이 등장했다. 미국의 혁신 주장도 그 이면의 실상은 다르지 않다. NIST AI Safety Institute Consortium은 올해부터 ‘Safety Engineering Fellowship’ 12주 과정을 시작하며, 와튼스쿨, 스탠퍼드,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리스크관리·규제준수·책임 AI 과목을 정규 교과로 편성해 신뢰성 역량을 의무화하였다.

주목할 만한 건 신흥국의 속도다. 태국의 ETDA는 올해 유네스코와 함께 AI Governance Practical Center를 설립하고, 2028년까지 1만 명의 ‘AI 윤리 오피서’ 양성을 선언했다. 우즈베키스탄도 지난주에 주 정부 대표단이 필자의 회사를 찾아와 ‘AI 신뢰성 아카데미’ 설립을 논의했다. 요컨대 AI 안전 관련 휴먼 인프라를 남들보다 먼저 완성하여, ‘위험하지 않은 AI’의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동차 산업에서 ‘튼튼한 독일차, 가성비 좋은 일본차,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차’ 등의 이미지가 세대가 바뀐 후에도 계속 유지되는 것과 같다. ‘안전한 AI’의 이미지가 선점되면 후발주자는 따라잡기 어렵기에 각국이 AI 신뢰성 인력 육성에 총력을 다하는 중이다.

COVID19 시절 단 몇 건의 위험 사례만으로도 우리는 특정 백신을 철저히 꺼렸다. 지금 AI 신뢰성 전문 인력이 준비되지 않으면 사소한 실수 몇 건으로도, 먼저 인프라를 갖춘 국가의 손가락질 한 번에, 우리 AI 브랜드는 영원한 낙인에 갇힐 수 있다. 엄혹한 경제 사정 속에서 미래 먹거리 경쟁은 그만큼 살벌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그래서 AI 신뢰성과 안전 이미지 확보는 이제 개발자의 도덕성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키가 될 것이다.




[출처]​
- 관 기사 :
https://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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