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4
THINKFORBL COLUMN SERIES
[박지환의 인공지능 선긋기] AI 신뢰성 규제, 누군가에게는 퀀텀 점프의 기회가 된다
더에이아이
 
우리나라에서 에어백 장착이 법적으로 의무화한 것은 2014년이다. 이전에는 자동차 제조사의 자율규정에 따랐다. 당시 법제화를 둘러싸고 국내에서는 논란이 많았다. 의무화는 규제고, 규제는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한다는 논리였다. 관련 기술이 아직은 해외에만 있었기에 로열티 지급 등으로 국내 기업과 소비자가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법제화 이전 에어백 도입 초기에는 사람을 살리려고 존재했던 에어백이 도리어 사망사고를 다수 일으켜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에어백은 충돌과 과속방지턱을 구별해야 하고, 충돌의 방향과 강도, 탑승자의 위치와 체격을 판단해 순식간에 작동 여부와 팽창 강도를 결정해야 하는데, 초기모델은 그런 기술이 부족해 사고가 났을 때 탑승자를 보호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과도한 작동 강도로 인해 탑승자를 사망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현재의 AI 신뢰성 기술이 처한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신뢰성 규제가 도입되면서 늘어나는 예상 비용과 국내 산업 경쟁력 문제로 현장의 고민이 많아진 가운데, 초기 기술의 한계 때문에 충분한 안전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기 에어백이 성인과 어린이를 분간하지 못해 탑승자를 위험에 빠뜨렸듯이, 현재의 기술은 분류 모델, 생성형·프론티어 모델, 에이전트 모델, 피지컬 AI 모두를 하나로 묶어 설명 가능성, 공정성, 인간 감독 등 몇 개 원칙으로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똑같이 AI라 해도, 분류 모델의 위험은 비교적 단순하다. 정해진 입력을 잘못 분류하거나, 학습하지 못한 환경에서 성능이 무너지는 문제다. 이 경우 데이터의 범위와 균형, 정확도, 견고성, 분포 변화와 적대적 공격을 시험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반면 생성형·프론티어 모델은 정해진 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무한한 출력 공간에서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단순 정확도만으로는 거짓 정보와 유해 콘텐츠, 편향된 가치판단, 인간의 의도와 어긋난 정렬 문제를 걸러내기 어렵다. 여기에는 가드 모델, 평가 모델인 ‘저지’, 레드티밍, 정렬 평가 등 ‘무엇을 생성해도 되는가’를 다루는 별도의 기술이 중요해진다. 

에이전트 AI의 경우 답변하는 것을 넘어서서 도구를 호출하고, 파일을 수정하고, 필요하면 다른 AI에 업무를 맡겨서 AI와 AI가 연속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중이다. 이 경우에는 잘못 설정된 목표를 지나치게 충실히 수행하거나, 필요 이상의 권한을 사용하고, 앞 단계의 작은 오류가 다음 에이전트로 넘어가 한층 증폭되는 등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에이전트의 실행을 둘러싼 통제 계층인 하네스, 권한 최소화, 인간 승인 게이트, 가드레일, 샌드박스, 전 과정 추적과 롤백 기술 등이 중요해진다. 

피지컬 AI는 독자적인 판단을 할 뿐 아니라, 이를 현실의 움직임으로 구현한다. 실시간 센서의 누락과 지연, 서로 충돌하는 정보, 예측하지 못한 환경 변화가 로봇팔과 차량, 기계설비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상공간의 잘못된 답변은 수정할 수 있지만, 로봇팔의 잘못된 동작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작동범위 감시, 독립된 안전 제어계, 비상정지, 안전상태 전환, 페일세이프 모드, 제한된 기능을 유지하는 페일오퍼레이셔널 설계, 이후의 복구와 재검증까지 필요하다. 

초기 에어백 기술의 문제는 결국 규제 고도화를 통해 해결됐다. 미국을 시작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탑승자가 어린이나 체구가 작은 성인일 경우까지 별도로 상정해 시험하게끔 하는 등의 방식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그 결과 가속도 센서, 충돌 판정 알고리즘, 전자제어장치 등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했다. 현재 전 세계 에어백 시장규모는 180억 달러 이상이다. 여기에 무릎 에어백, 측면 에어백, 루프 에어백 등 추가적인 혁신이 계속되고 있어 10년 안에 3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우리는 모두 이미 에어백 도입 이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안전한 자동차를 이용하며 살고 있다. 

에어백을 도입하면 해외 기술이 국내 산업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현재 에어백 산업은 아시아 태평양 기업들이 주도하며 국내 기술도 전 세계 최상위급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만약에 십여 년 전의 국내 기업이 에어백 의무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AI 신뢰성 규제가 현실화한 지금, 우리는 같은 질문을 업계에 던질 필요가 있다. 

규제는 그것을 서류로 받아들이는 기업에는 비용일 뿐이지만, 그것을 기술로 바꾸는 기업에는 경쟁력이 된다. 촘촘해지는 신뢰성 규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서 누군가는 규제 내용인 인간 존엄을 AI의 구체적 행동 규칙으로, 인간 감독을 승인·차단·중지 조건으로, 책임성을 실행 기록과 추적성으로 구현해낼 것이다. 전환기 이후에 누가 신규 산업의 선두주자로 올라설지는 그러한 기술 구현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좋다. AI 신뢰성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출처]​
- 관련 기사 :
https://www.newstheai.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03

- 사
진 :
씽크포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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